두 시즌 만에 별들의 무대로 돌아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놓였다.

30일(한국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 네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A조 5차전 갈라타사라이(튀르키예)와 3-3으로 비겼다.

승점 3점으로 최하위였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이날 무승부로 승점을 1점 더하는 데에 그쳐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조별리그 1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A조에선 바이에른 뮌헨이 승점 13점으로 조 1위와 16강 진출을 확정지었고 코펜하겐(덴마크)과 갈라타사라이가 나란히 승점 5점으로 뒤를 잇는다. 코펜하겐이 득실 차에서 한 골 앞선 2위다.

최종전에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바이에른 뮌헨과 올드 트래포드에서 경기하고 코펜하겐과 갈라타사라이가 맞붙는다. 따라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자력으로 16강에 오를 순 없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16강에 오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최종전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반드시 이기고 코펜하겐과 갈라타사라이 경기에서 무승부가 나오는 것이 유일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전반 11분 만에 앞서갔다. 박스 안에서 라스무스 호일룬과 브루노 페르난데스를 거친 공이 박스 안 왼쪽에 있던 알레한드로 가르나초에게 연결됐고 가르나초가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어 7분 뒤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먼 거리에서 날린 중거리슛이 갈라타사라이 골망을 흔들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2-0으로 달아났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흔든 건 첼시 출신 하킴 지예시였다. 전반 29분 프리킥 키커로 나선 지예시는 왼발 슈팅으로 추격골을 터뜨렸다. 안드레 오나나 골키퍼가 역동작에 걸려 막을 수 없었다.

전반전을 2-1로 마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후반 10분 다시 점수 차이를 벌렸다. 오른쪽 측면에서 아론 완비사카가 낮게 깔아찬 크로스를 스콧 맥토미니가 발에 갖다 대 세 번째 골로 연결했다.

그러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이 두 골을 지켜 내지 못했다. 다시 지예시에게 당했고 이번에도 프리킥이었다. 후반 17분 지예시가 왼발로 감아찬 슈팅을 오나나 골키퍼가 못 막았다. 현지 언론들은 막을 수 있는 공이었다며 '오나나 골키퍼의 실수'로 판단했다.

그리고 후반 26분 끝내 동점을 허용했다. 지예시가 건넨 패스를 받은 케렘 아크튀르콜루가 박스 안으로 침투해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고 오나나 골키퍼가 막아 내지 못하면서 3-3 동점이 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후반 39분 페르난데스가 날린 슈팅이 골대를 맞고 벗어나면서 앞서갈 기회를 놓쳤고 경기는 3-3으로 마무리됐다.

영국 BBC는 "이날 경기에선 오나나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오나나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 이스탄불 경기장과 머리 위에서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 침울해 보였다"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인테르 밀란에서 영입한 골키퍼의 형편 없는 경기력과 함께 자신들이 장악하는 경기를 펼치지 못한 것을 후회하게 됐다"고 조명했다.

유로스포츠 역시 오나나에게 평점 4점으로 혹평했다. 2골 1도움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무너뜨린 지예시가 양팀을 통틀어 가장 높은 평점 8점을 받았다. 지예시는 2009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2018년 네이마르에 이어 챔피언스리그에서 직접 프리킥으로 멀티골을 터뜨린 역대 세 번째 선수에 이름을 올렸다.

축구 통계 업체 옵타에 따르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이날 경기 3실점을 포함해 이번 시즌 모든 대회에서 33골을 내줬는데, 이는 1962-63시즌 43골에 이어 개막 20경기에서 가장 많은 실점이다.

경기가 끝나고 텐하흐 감독은 패인을 묻는 말에 "항상 나다"고 답했다.

이어 "내 책임이다. 우린 개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희망적이다.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성공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챔피언스리그에 남고 싶다면 이 경기들을 이겨야 한다. 우리는 이기고 있다가 지고 있다. 승점 3점을 챙겼어야 했다. 다른 경기에서도 그랬다. 우리 경기 방식에 만족하지만 동시에 수비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팀을 비판해야 한다. 실수를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장 페르난데스는 "모두가 나서서 자신의 실수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우린 두 번이나 경기를 앞섰고 경기를 끝낼 수 있는 기회가 너무 많았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우리가 해 왔던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런 경기가 처음이 아니다. 결과를 확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설 폴 스콜스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무엇을 얻을지 모르겠다"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바이에른 뮌헨을 이기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 미드필더 로비 세비지는 TNT 스포츠에 오나나를 향해 "끔찍한 골 키핑이었다. 내가 봤을 땐 실수가 두 개였다. 균형이 부족했다. 텐하흐 감독이 머리를 긁적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리버풀 수비수 스티브 워녹 역시 오나나를 두고 "끔찍한 밤이었다"며 "실수는 참담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