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기사의 전성기 기간을 줄인 남자
현대 바둑에서는 세 번의 거대한 흐름... 즉 세 번의 메타 변화가 있었다.
첫번째가 오청원의 신포석.
쉽게 설명하면 바둑의 초반 빌드업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서 그 중요성을 정착시켰다.
오청원의 신포석이 바로 지금 현대 바둑의 시작이라 평가 받는다.
그리고 두번째 메타 변화.
이창호의 끝내기.
이해득실을 따지고 정확한 계산력을 이용해
본격적인 계산 바둑의 시대를 열게 되었다.
그리고 세번째가 바로 모두가 다 아는 알파고의 등장이었다.
이 중에 바둑 기사의 수명이 극단적으로 줄게 된 계기를 마련한 건.
다름 아닌 이창호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부터였다.
이창호 이전 시대까지만 해도 자신들만의 독특한 바둑 기풍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들만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살려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바둑이 발전했고
또한 바둑이 연구 되었다.
하지만 이창호의 등장으로 이 모든 것이 바뀌었다.
이창호는 압도적인 계산력과 정교한 실시간 형세판단을 이용해
그냥 상대 바둑을 찍어 눌러버리고 16년간 세계 바둑을 지배했다.
수많은 기사들이 이창호에게 도전했지만 이창호의 지배력은 이창호의 전성기가 끝나는 순간 막을 내렸고
이창호의 전성기가 시작되는 동안 바둑 기사들의 전성기 수명은 극단적으로 줄게 되었다.
이창호 이전 시대까지 50대... 길면 60대까지 최정상의 기량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바둑은
이창호가 개척한 끝내기 분야에 의해 가뜩이나 뇌지컬이 필요한 바둑에
더더욱 뇌지컬이 필요로 하게 된 것이다.
계산을 하기 위해서는
끊임 없는 형세 판단을 해야하는데
스타로 치면 계속해서 미니맵을 통해 전체적인 전장 상황을 체크하면서 스타를 해야 한다.
당연히 나이가 들면 반응이 느려지고 계산도 느려지니 바둑 기사의 수명이 줄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더해 시대가 흐름에 따라 바둑의 제한 시간도 줄게 되면서 나이가 든 기사들이 젊은 기사를 이길 수 없는 구조가 되었다.
최근에 들어서는 빠르면 십대 중후반... 늦으면 이십대 초반에 전성기를 시작하고
이십대 중후반 부터 모두 기량 하락이 시작 된다고...
이창호, 이세돌 처럼 최강급이었던 한국 기사들의 경우에는 30대 초중반까지 최강급의 기량을 유지했고
현재는 박정환이랑 커제가 이창호와 이세돌 처럼 30이 넘어서도 최정상급 기량을 유지하지 않을까.